CALL THE MIDWIFE
"조산사를 불러줘요!"
<콜 더 미드와이프>의 원작
'좋은 드라마'라는 수식어가 정말 잘 어울리는 드라마 <콜 더 미드와이프>
<콜 더 미드와이프>는 1950년대 전쟁 이후 가난했던 영국 런던 동부에서 노나터스 수녀원에서 조산사들이 겪는 이야기이다. 사실 이 드라마의 원작은 제니퍼 워스라는 저자가 실화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콜 더 미드와이프>에는 가난하고 힘들지만 아이를 낳아야 하고 살아가야 하는 삶과 안타까운 사연들, 그리고 그 속에서도 희망과 웃음을 놓지 않는 이야기들이 매우 촘촘하게 아로새겨져 있다. 자극적인 스토리와 선정적인 이미지가 눈길을 끄는 요즘,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나누어줄 수 있다는 커다란 미덕을 지닌 보기 드문 드라마다.
새로운 얼굴로 채워진 시즌 4
영국 드라마는 보통 한 시즌이 끝난 후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면서 전 시즌과 새 시즌을 이어주는 크리스마스 스페셜편을 방영한다. <콜 더 미드와이프> 시즌 4의 문을 여는 크리스마스 스페셜편은 전 시즌까지는 나레이션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노년의 제니 리 간호사가 실제로 등장하면서 시작한다. 시즌 3까지의 주연 배우라고 할 수 있었던 제니 리 간호사가 떠나면서 시즌 4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무척 궁금했다. 사실 주인공이 빠진 격이라 어떻게 보면 매우 충격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었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시즌 4의 주연 배우들
그 이유는 제니 리 간호사의 비중이 작았거나 존재감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콜 더 미드와이프>라는 드라마 자체가 가진 특성 때문이다. 매 에피소드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메인 캐릭터들이 아니라 조연들이 열연하는 두 가지 중심 스토리이다. 대부분 출산을 앞둔 산모들의 다양한 사연들인데,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진정성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시즌 3까지 방영되면서주연 배우들이 번갈아가며 교체되곤 했는데 크게 거슬리지 않았을 만큼 스토리라인이 섬세하고 연출이 뛰어난 드라마라는 생각이 든다.
꾸미기 좋아하고 노는 것도 좋아하지만 멋진 조산사이기도 한 트릭시
그렇다고 <콜 더 미드와이프>의 캐릭터들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항상 퉁명하지만 속깊은 에반젤리나 수녀님(코믹 담당),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지만 가끔 현명한 말씀을 툭 던지는 모니카 수녀님, 노나터스 수녀원의 중심 기둥인 줄리엔 수녀님, 슬랩스틱이 몸에 붙어버린 사랑스러운 처미, 땅달막한 키에 안 맞는 커다란 책임감을 어깨에 지고 다니는 신시아, 통통 튀는 50년대 신여성의 면모를 보여주는 트릭시까지 하나 같이 개성이 있고 매력이 넘친다. 여기에서 나열하지 못하는 조연 배우들도 각자의 역활에 맞는 감초역을 톡톡히 보여준다. 덕후들의 이미지 저장고인 텀블러에서 살짝 검색만 해봐도 각 캐릭터들에 대한 팬들의 애정이, 다른 드라마 못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미와 녹스 경관의 케미란!
(출처 : tumblr.com)
특히 내가 정말 좋아하는 여성 코미디언 미란다 하트의 정극 연기는 정말 감탄할 만하다(시트콤 <미란다>의 그 미란다가 맞다). 실제로는 42살에 싱글인 미란다지만 <콜 더 미드와이프>에서는 가장 먼저 커플 성공에 출산까지 했으니, 그녀의 팬이라면 꼭 챙겨볼 드라마 1순위이다. 시즌 4에서도 녹스 커플은 서로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며 시청자에게 사랑스러운 미소를 짓게 한다.
시즌 4의 새로운 얼굴, 바바라 조산사
이번 시즌의 메인 캐릭터인 바바라는 덜렁대며 실수연발이지만 어리버리하면서도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 앞으로 다양한 산모와 아기들을 만나며 성장해나갈 듯하다. 제니 리 간호사와는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매력을 보여줄 것 같아서 무척 기대가 된다.
시즌 4 에피소드 1에서는 무관심한 엄마 때문에 매일 굶으며 병들어가는 세 여동생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년의 이야기가 나왔다.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을 불쌍하게 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싫어서 혼자 애를 쓰는 소년의 모습은 참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그런 소년의 모습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투영하는 트릭시의 슬픔에도 공감이 됐다. 어디를 봐도 불쌍한 영혼뿐인 <콜 더 미드와이프>의 세상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콜 더 미드와이프>를 볼 때 나도 모르는 사이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 받는다.
콜 더 미드와이프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들
매 에피소드마다 출산 장면이 나오는 드라마인 만큼 갓 태어난 아기는 어떻게 촬영한 것일까 궁금해했는데 알고 보니 실제와 정말 비슷하게 제작한 아기 인형을 가지고 연출한다고 한다. 실제 아기와 무게도 비슷하게 만들고 성별도 다르게 만들어서 리얼함을 살렸다고 하는데 정말 감쪽 같다.
모형 아기의 분장을 담당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시즌 4는 전쟁 직후 가난함이 극에 달한 1950년대에서 1960년대로 넘어가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슬로건을 내건 영국의 대대적인 복지 정책이 시작된다. 그러한 시대적 배경이 드라마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아있어서 영국의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배울 수 있다. 그리고 비달 사순 같이 당시의 유명한 문화적 아이콘을 언급하거나 아름다운 여배우들을 통해 복고 패션을 선보이면서 당시의 문화도 센스 있게 전달한다. 이렇게 시종일관 무겁기만 하지 않고 가벼운 문화 코드를 곳곳에 배치해 놓아서 종종 웃음을 준다는 점이 내가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이 세상이 아무리 발전했어도 여전히 아이를 낳는 일은 100년 전과 달라진 게 거의 없다. 그래서 모든 것이 선진화된 세상에 사는 우리에게 '출산'의 과정은, 자신에게 닥치기 전에는, 생소하고도 멀게만 느껴진다. 사실은 우리 모두 출산이라는 과정을 통해 세상에 태어났지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처음으로 출산이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들고 나온 <콜 더 미드와이프>라는 드라마는 정말 귀한 드라마가 아닐까?
나는 이 드라마를 통해 피임 수단이 얼마나 최근에 확산되었는지 알게 되었고 출산 현장에 남자가 들어오지 못했던 과거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엄마들의 모유에 대한 상식이 어떻게 바뀌게 되었는지도 알게 되었다. 이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 영국에서는 조산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많아졌다고 하니 참으로 파급력이 큰 드라마이다.
포용력이 큰 드라마
아무리 수녀원이라도 구제할 수 없는 안타까운 사연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인간이 다른 인간을 구제할 수 있을까? <콜 더 미드와이프>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비단 그 시대, 그 국가에서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인종차별, 아동학대, 입양, 낙태, 피임... 무엇 하나 쉽게 말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건만 <콜 더 미드와이프>는 모든 인간을 감싸며 우리에게 인생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그것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절대로 웃음을 놓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를 힘들게 하는 드라마만 감동적인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콜 더 미드와이프> 오프닝 타이틀
지독한 악역 하나 없이도 자극적인 범죄과 폭력 없이도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흔들 수 있는지, 드라마가 가진 힘을 절실하게 보여주는 드라마가 바로 <콜 더 미드와이프>이다. 더욱 촘촘한 이야기로 돌아온 <콜 더 미드와이프> 시즌 4가 한국에서도 더 많은 시청자와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
시즌 4는 아이튠즈 미국 스토어에서 시즌패스권을 사서 시청했다. (25달러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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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의 슬랩스틱은 여기에서도 빛을 발한다.
슬랩스틱 코미디와 정극 모두 가능한 영국 코미디 여왕 미란다의 책!
 | 미란다처럼 -  미란다 하트 지음, 김민희 옮김/책덕 |
드라마 원작도 국내에 번역서가 나왔다.
 | 콜 더 미드와이프 - 제니퍼 워스 지음, 고수미 옮김/북극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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