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blog.tving.com/2142
<미생> 전에 <막돼먹은 영애씨> 있었다
예전에 제목을 들었을 때부터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예전 집 TV에서 케이블 방송도 안 나왔고, 지금은 집에 TV가 없어서 제대로 챙겨보지 못했다. 최근에 조금 봤는데 참 재밌다. 특히 영애 씨가 막돼먹은 세상을 향해 몸부림 칠 때(라고 쓰고 변태 쥐어팰 때) 속이 너무 씨~원해진다. 대리만족 제대로.
최근에 나온 드라마 <미생>이 사무실 환경과 대기업 생태를 현실적으로 그리긴 했지만... 그래도 판타지잖아요... 오차장님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잖아요... 뭐, 아무튼 <미생>보다 오백배는 더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막돼먹은 영애씨>. 중소기업의 막무가내 사장님 모습도 너무 현실적이고(예전에 중소기업 다녀봐서 쪼금 알아요...소름...) 디자인 업무와 관련된 전문용어도 자막으로 뜨고... 시즌 1은 진짜 개인적으로 명작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너무 심한 궁상이긴 하지만 정지순의 고시원 생활이나 지원의 더러운 반지하 집... 월급쟁이 맞벌이 부부의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는 것도 너무 현실적이다.
보면서 <미란다>와 굉장히 비슷한 점이 많아서 놀랬다. (미란다보다 2년 먼저 시작한 영애씨)
딸 구박하는 엄마
(근데 영애 엄마는 너무... 심해... 영애씨 볼 때 가장 큰 장벽.)
미란다 엄마는 한결같이 시집가라고 하지만 영애 엄마는 이랬다 저랬다가 좀 심하다. 너무 잔소리가 심해서 우리 엄마 잔소리쯤은 그냥 잔잔한 BGM으로 듣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됨.
캐릭터마다 천년만년 입에 붙어있는 유행어
미란다에는 "Such Fun!" "Bear With..." 같은 캐릭터 고유의 말이 있는데, 영애씨에도 정말 많다.
"~규" 이거 한창 유행했었던 기억이 난다규. 그리고 "응당" 김산호 선생.
그리고 중간에 나오는 강소라가 "제가 뭐라고..."하면서 쭈굴쭈굴할 때마다 웃겨 죽겠다.
(같은 TVN 드라마 <미생>에서는 당당한 커리어 우먼으로 변신하는 필모가 흥미롭다.)
모큐멘터리 형식의 영국 드라마 <오피스>가 2001년에 방영되었다고 하는데 영애씨도 그런 형식으로 시작한다. 모자이크 처리하고 인터뷰하는 장면 B급 감성 물씬. 재치 있고 대사(자막)와 편집이 작가와 제작진 센스를 알 수 있게 한다. 괜히 14시즌까지 제작되는 게 아니구만.
이영애와 미란다
이름이...이영애와 미란다라고요!
케미 여신!
영애 씨는 사내 커플꾼. 이 부분은 역시 판타지스럽긴 하지만 시리즈가 길어지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긴 하다. 연애하다가 집착하고 상대방에게 서툴게 대응하는 영애 씨를 보면 안타까우면서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고 감정이다"라는 걸 새삼 기억해내곤 한느 것 같다.
미란다도 거구의 노처녀로 등장하지만 케미 여신이시다! <콜 더 미드와이프>에서는 여주인공 중 가장 먼저 연애에 성공!
시즌 7 에피소드 6의 엔딩 나레이션
"때로는 내 아픔만 돌보느라 의도하지 않게 다른 이에게 아픔을 주기도 하는데 그 대상은 가장 가까운 사람일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아픔 많은 세상에서 그마나 우리가 힘을 낼 수 있는 건 나를 다독여줄 누군가가 곁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 당장은 상처투성이인 영애지만 언젠간 그녀에게도 상처를 치유해줄 누군가가 나타나지 않을까."
이 나레이션이 물론 연애가 처참하게 끝난 영애 씨를 빗댄 말이기는 하지만 <막돼먹은 영애씨>가 보여주는 직장인의 애환 등을 생각나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상처 주고 상처 받고 살아가는 사람 냄새 나는 세상을 보여주는 <막돼먹은 영애씨>.
요즘 사람들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데 인간에게 다른 인간이란 공기 같은 존재인 것 같다. 좋은 공기도 있고 나쁜 공기도 있지만 어쨌든 없으면 살 수 없는... 이렇게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해서 그런지 몰라도... 공기에게 일일이 열을 내며 사는 건 피곤하니까. 그냥 공기가 안 좋은 날은 괜히 열내지 말고 이해해야지, 뭐. 날씨가 그렇다는데... 물론 1000ug/㎥에 달하는 지독한 미세먼지 같은 인간도 가끔 존재하지만.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밖에 나가지 않는 게 상책입니다.)
아무튼 팍팍한 세상살이, 막돼먹은 세상을 향해 열정적으로 욕을 날려주는 영애씨가 있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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