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라는 것은 거짓말) 일본 드라마도 조금씩 접하게 된다. 이왕이면 추리, 스릴러쪽으로 사람들이 추천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제목에 '서점원'이라는 단어가 있길래 끌리고 말았다. 물론 서점원에 방점이 찍힌 내용은 아니지만 줄거리 요약도 흥미롭고 또 토다 에리카가 주연이라니... (일본 드라마계의 공무원이라는 수식어가 있더라니...)
<보스>라는 드라마에서 처음 접했는데 어느새 자주 접하는 일본 배우 1위가 되어 있네. 뭐랄까, 딱히 구체적인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끌리는 배우인 것 같다. 내가 이 배우를 좋아하나? 하고 의문이 들 정도인데 그냥 연기 스타일이 거부감 없고 익숙하다고 해야 하나. 연기를 미친듯이 잘하는 것도 아니고 엄청나게 예쁜 것도 아니지만 왠지 눈길이 가는 듯하다. 한국 배우로 치자면 김민희? 뭔가 다른 사람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자기만의 무언가를 지닌 배우랄까.
뭐랄까, 장르가 굉장히 애매모호한 느낌이긴 한데, 나는 그게 썩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뭔가 가르치려 들거나 설명하려 들지 않아서 그 무심한 스토리 전개에 거부감이 들지도 않았고. 일탈과 욕망과 받아들이는 삶에 대해. 분명 불륜, 사기, 살인이 등장하는 데도 그냥 인생이 뭐 있어~ 이런 느낌이랄까.
그래도 고향 친구와 헤어지는 장면이라든가 그런 부분은 나름 찡하기도 했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라는 표정으로 방황하는 인간과 그냥 평범하게 살면 안 되겠니? 라는 눈으로 친구를 바라보는 친구. 친구를 이해하진 못하지만 걱정하는, 그리고 친구의 뜻대로 살지 못하지만 친구를 그리워하는 그런 마음들이 교차되는 것 같아서.
그러게. 지금 곰곰히 다시 생각해보니 이 드라마에는 스릴러에 흔히 깔리는 '악의'가 별로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 불륜, 사기, 살인이 벌어질 때도 딱히 극단적인 악감정이 시청자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그냥 뭔가 다 '별 심각한 의지 없이도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그려지는 것 같고. 그게 블랙코미디적인 요소가 되려나. 실소는 좀 터지는 것 같기도. 아마도 주요 메시지(돈이 많다고 행복할 수 없다.)를 전달하기 위한 부가적인 요소로 쓰였기 때문이려나.
아, 나래이션을 하는 남성의 목소리도 한몫 한 것 같다.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차분해서 듣기도 좋았고 드라마와 잘 어울렸다.
오묘한 매력이 있는 드라마다. 수작이니 명작이니 라는 수식어를 붙이긴 힘들겠지만 이런 드라마도 수용하는 일본 드라마 시장이 흥미롭다. 이 드라마는 원작이 소설인데 일본 드라마는 보통 원작이 존재하는 작품이 참 많다. 이런 소설도 많고 드라마로 바로 만들어지고 이런 게 참 재밌다. 원작에서도 미치루의 남편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전개한다고 한다.
신상이야기 - 사토 쇼고 지음, 이영미 옮김/문학동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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