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다가 코미디언이 되기 전 '코믹 릴리프'에서 사무직(PA: 개인 비서)으로 일을 했었다고 해서 코믹 릴리프를 찾아 보았다. (이름 때문에 코미디나 만화랑 관련된 회사인 줄 알았다;)
코믹 릴리프는 '유니세프'나 '세이브더칠드런'처럼 영국의 대표적인 자선단체이다. 이름만 들으면 자선 단체랑은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 기부 문화에 대한 획일화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이름같다.
'코믹 릴리프'는 원래 연극 용어로 다음과 같은 뜻을 지니고 있다.
Comic relief
비극이나 진실한 테마를 가진 희곡에 삽입하여 관객의 정서적인 긴장을 일시적으로 풀기 위한 희극적 장면 또는 사건.
[네이버 지식백과] 코믹릴리프 [comic relief] (두산백과)
'희극적 위안' '기분전환 효과' 정도로 번역되는 듯하다. 셰익스피어의 나라답게 연극 용어가 문화 전반에서 익숙하게 인용되고 사용되나 보다.
한편 네이버에서 국내 자선단체를 검색하면...
굿네이버스
국제아동돕기연합
세이브더칠드런
굿피플
사랑의 재단
뷰티플마인드채리티
지구촌빈곤퇴치좋은사람 좋은세상
'착한(혹은 돈 많은) 사람이 선한 마음으로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을 (일방적으로) 돕는다'는 메시지가 드러나는 이름들이다. 하지만 코믹 릴리프는 그 뜻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진지하고 숨막히는 삶에서 함께 한숨 돌리고 긴장을 푸는 행위가 바로 나누는 행동임을 드러낸다. 그래서 누가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주는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갑갑한 사회에서 모두에게 정신적 위안이 되는 행사를 기획한 것이다. (기부라는 행위 하나로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을 나누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동기를 준 것도 매우 멋지다.)
코믹 릴리프의 대표적인 캠페인은 바로 Red Nose Day! 빨간 코의 날이다. 이름 그대로 누구나 루돌프처럼 빨간 공을 코에 끼우고 기부에 참여하는 날이다. 빨간 코의 날은 1988년부터 시작되었고 2년 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데, 사람들은 이 날을 무척 고대한다고 한다. 마치 축제처럼 다들 다양하게 빨간 코의 날을 즐기는 것이다. (만우절을 기다렸다가 각종 장난을 치는 것처럼 학생들도 많이 참여하고.) 국내에서도 유행했던 아이스버킷 첼린지처럼 즐거움, 재미가 갖는 힘은 정말 강력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구글에 검색해보면 참말 다양한 양상으로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빨간 코' 하나로 이렇게 신 나는 행사가 만들어지다니!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 슬로건은 'Do Something Funny For Money!'.
이렇게 즐거운 기부를 실시하고 있는 코믹 릴리프 관계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어떻게 어려운 이웃을 돕는 프로그램에서 우스꽝스런 모습과 복장을 할 수 있느냐’는 우리의 분노에 찬 질문에 영국 관계자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면서 ‘만약 당신이 기부자라면 밝고 즐거운 나눔과 무겁고 어두운 나눔 중 어떤 것을 좋아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출처 : http://www.josephsinclair.com/2013/03/03/miranda-hart-comic-relief/)
미란다의 빨간 코!
빨간 코의 날에는 영국 국영 방송 BBC에서 당일 오후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특별 모금 방송이 방영된다. 하지만 '사랑의 리퀘스트'처럼 잔잔하고 재미 없는 형식이 아니고 연예인과 유명인사들이 무료로 출연하여 다양한 쇼를 선보인다(방송 캡쳐 : 요 블로그 참고). 그것도 라이브로! 인기있는 드라마나 시트콤을 패러디하거나 출연자들끼리 배역을 바꿔서 쇼를 구성하므로 시청자들이 찾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국내에서도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자막이 붙어서 유투브에 올라오기도 한다. (닥터후 같이...) 오히려 평소보다 시청률이 높다고 한다.
미란다가 나온 2013년 코믹 릴리프 특별 프로그램 중 하나.
이런 식으로 정극도 코믹하게 바꿔서 방송한다.
(<닥터후>와 <콜 더 미드와이프>를 봤다면 재밌게 볼 수 있다! 자막은 좀 허접;)
생각해보면 <무한도전>식 기부도 모금에 참여하는 사람 모두 즐길 수 있는 방식을 선보이곤 한다. 방송에서 기부하는 모습을 재밌게 보여준다거나 관련 상품(달력)을 만들어서 모금을 하는 방식 말이다. 내 돈으로 누군가를 돕는다는 행위 위에 즐거운 참여 요소가 더해져 있어 즐겁게 자선을 베풀 수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코믹 릴리프에서 진행하는 큰 행사로는 스포츠 릴리프가 있다. 이름 그대로 달리기, 수영, 사이클 등 생활 스포츠를 통해 스스로 완주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주위 사람들이 함께 기부와 나눔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기부 방식이라고 한다. 운동도 하고 기부도 하고~ 일석이조!
물론 구설수가 없는 단체는 아니지만(참고) 기부에 대한 지속가능한 방식에 대해 한 수 알려주는 단체인 것만은 확실하다.
국내에서 널리 퍼진 '세이브더칠드런'의 '모자뜨기' 캠페인도 좋은 사례인 듯하다.
원래 남을 돕는 일이라는 게 굉장히 기분이 좋아지는 일 아닌가? 어릴 때 지하철에서 도움을 청하는 사람의 동전 바구니에 부모님이 주신 동전을 떨어뜨리고 뒤돌아서며 미소를 지은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존감을 쌓게 한다. 동전 몇 개로 나는 '남을 도울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어디 고아원에서 기부금을 받은 아이들이 십시일반 용돈을 모아 다른 어려운 곳에 기부를 했다는 사례를 들었다. 기부 받은 돈보다 자신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경험이 더욱 그 아이들을 행복하게 할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은 있지만 자신의 삶의 버거움에 지쳐 미처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내 생각이지만 대부분 마음의 여유가 있거나 기부하는 습관이 들었거나 기부하는 교육을 받았거나 한순간 자신의 마음을 울린 사례를 접했을 때 기부를 하게 되는 듯하다.
착한 마음만으로 기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훨씬 복잡하기에 동정심만으로 행동을 이끌어내기는 역부족이다. 그리고 지하철에서 길을 막고 상처 입은 아이들의 사진을 전시하는 것으로 죄책감을 자극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자선단체들이 이왕이면 행복하게 즐겁게 기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물론 투명한 운영은 기본이다. 신뢰가 없으면 아무리 돕고 싶어도 지갑을 열지 않는다.)
미란다의 스포츠 릴리프 참여 모습
미란다의 회사 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소개해야지! 커밍쑤운!
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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