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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덕 출판 일지

텀블벅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




텀블벅 프로젝트를 만들려고 보니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나부터 먼저 설득해야 하니까. 


텀블벅의 출판 프로젝트에는 만화, 잡지, 사진집 등이 많고 대부분 독립 출판이 주를 이룬다. 독립 출판? 나는 독립 출판을 하는가? 물론 특정 자본의 투자를 받아 출판을 하는 것이 아니니 독립 출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많이 하는 독립 출판과는 다르게 정식 출판 등록을 했고 ISBN도 부여 받을 예정이며 대형 서점에도 아마 유통을 시킬 것이다. 또한 독자적인 콘텐츠가 아닌 해외 출판사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수입한 콘텐츠를 가공해 판매한다. 자기 콘텐츠가 아니니 자가 출판이라는 말도 썩 어울리는 것 같지가 않다. 


어쩐지 애매한 포지션이라는 생각이 들 무렵, 고민이 깊어졌다. 그럼 나의 일을, 사람들에게 이해받고 지지받으려면 어떤 것을 내세울 수 있을까? 텀블벅을 통해 나를 밀어줄 사람들에게 과연 나는 어떤 가치를 전해줄 수 있을까? 그냥 리워드가 아니라 과정을 통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일이 커다란 숙제처럼 다가왔다.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은?


고민 끝에, 특출난 재능도 없고 돈도 없는 내가 애매한 독립 출판을 하면서 고마운 사람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은 '공유'라는 결론을 내렸다. 인터넷에 자신이 시도했던 것을 (비록 실패했을지라도) 세세히 남겨놓은 사람들이 없었다면 나도 이런 일을 하지 못햇을 것이다. 정보나 지도가 없이는 새로운 곳에 발을 들이지 못하는 겁 많은 인간이 나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는 누구나 공유를 즐기고 텀블벅 역시 인터넷의 공유 정신이 빛을 발하는 플랫폼이다. 

사람들이 주로 하는 선택에 대한 정보는 어디서든 쉽게 얻을 수 있다. 뭐, 그것까진 괜찮지만 '모든 사람'에게 그것을 선택하라고 하는 문화에는 거부감이 인다. 문제는, 다른 것을 선택하고 싶어도 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과 비슷한 일을 했던 사람이 존재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첫 발을 내딛을 충분한 근거가 되곤 한다. 



앞으로 나와 비슷한 일을 하고 싶은 사람, 그러니까 '돈은 없지만 거대한 힘이 아닌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힘을 빌려 자신만의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내가 남긴 기록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지도 모르니까 열심히 써보려고 한다.


지금까지는 외서를 계약하거나 조판했던 일에 대해서만 썼는데, 앞으로는 실시간으로 구글 문서르르 만들어서 공유하려고 한다. 누구나 책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참견할 수 있다. 물론 이런 활동은 나에게도 큰 즐거움이자 성장 기회가 될 듯하다. 혼자 일하다 보면 회의할 사람이 없어서 막다른 길에 다다른 듯한 기분을 많이 느끼는데, 그럴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오늘은 텀블벅 프로젝트를 만드는 과정을 공유한다. 보통 구글 문서에서 스프레드시트를 활용해 작업을 공개할 예정이다. 누구든지 볼 수 있고 댓글을 달 수 있다. 쓰잘데기 없는 것이라도 피드백이 달린다면 기쁠 것 같다. 아니, 쓰잘데기 없는 게 더 좋을 때도 있다.



텀블벅은 프로젝트를 생성할 때 크리에이터와 후원자가 잘 소통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항목을 제공한다. 전체적인 틀을 정하고 이미지나 영상을 다듬고 하는 일에 정성을 쏟아야 할 것 같다. 스프레드시트에는 프로젝트를 만들 때 요구받는 항목을 모두 적어놨다. 15일에 프로젝트를 열 예정인데 그때까지 조금씩 내용을 채우려고 한다. 혹시 알려주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팍팍 참견해주었으면 한다.



마켓프레스에서 가상으로 제작해본 리워드용 머그컵

(탐난다고 말해! 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