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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덕 출판 일지

인쇄소 이사님과의 만남!

번역할 동안은 지리지리 시간이 참 안 가더니 제작할 시기가 점점 다가오니까 시간이 속사포처럼 흐른다. 하이구~ 슬슬 지업사, 인쇄소, 배본사 등을 알아봐야 할 때가 왔다! (두둥-)


책을 만들어서 팔려면 종이가 필요하고 그 종이에 내용을 인쇄해야 하고 인쇄한 종이를 묶어서 표지를 씌우고 표지에 코팅을 해야 하고 다 만든 책을 모아서 창고에 넣어야 한다. 그리고 책을 팔아달라고 유통업체에 연락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배본사에 연락해 책을 배달해야 한다. (그리고 배달한 다음에 반품 들어오는 것도 처리해야 하고 계산서도 발행하고 세금도 내야 하고.... 갑자기 1인 출판사의 할 일 푸념...)


그래도 내가 복이 있는지 도와주는 분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인쇄소 이사님과 미팅을 잡아주신 J 님 땡큐요!)


제작과 관련해서 이야기하시면서 열심히 내 다이어리에 필기해주셨다. 크크크~




터잡기(하리꼬미)와 종이의 결 등 제작을 맡길 때 유념할 부분에 대한 메모들. 그리고 종이 계산과 인쇄비 견적 내기 등! (요건 복습하면서 따로 정리해야겠다.)



솔직히 '입만 살아있고 언행일치가 안 되는 꼰대'를 본 적이 많아서 중년 남성을 만날 때는 어느 정도 그 편견이 맞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곤 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번 만남은 그런 편견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이사님은 다만 인쇄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출판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고 정말 마음에 와닿는 조언을 해주셨기 때문이다.


밥 먹고 나른해서 일이 손에 잘 안잡히는 오후 2시가 가장 영업하기 좋은 시간이라는 영업 스킬도 알려주셨고(오전에는 금물), 책 제목과 표지에 꼭 신경을 써야 한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전에도 상담을 해주셨다는 다른 1인 출판사에 대한 언급도 하셨고 국내 출판 시장이 미국, 일본에 비해 많이 작다는 점도 강조하셨다. (시장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도 하다.) 

나는 출판으로 돈을 많이 벌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주도적으로 하면서 먹고 살 만큼만 벌고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인데다가 이번 출판은 다소 실험적인 프로젝트라서 '현실적인' 중년 남성이라면 '그런 식으로 뭘 하려고 하냐?'고 질문할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사님은 1인 출판 대부분 큰 돈을 벌지 못하며 소위 대박을 치는 것은 극소수라고 말씀하시면서도 정말 좋아하는 일이고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식이라면 누가 말리겠냐고 말씀하셨다. 자신이 선택했다면 자신이 책임지면 된다고 하셨다. 자신의 세대와 다르게 내가 속한 세대는 먹고 살 걱정이 아니라 삶의 질에 대해 고심할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났다고 하시며 그렇게 살지 않는 것은 오히려 '직무유기'라고 하셨다. (이때 좀 감동. 아니 많이 감동.) 가난한 시인이 다 불행했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덧붙이셨다. 사람들은 불쌍하게 볼지 몰라도 자기 자신이 행복하다면 아무 상관 없는 것이라고. (아, 또 쓰다 보니 울컥하네.)


직원 1명을 두고 임금을 주며 운영하려면 책을 50권은 내야 한다는 말씀이나 십중팔구 힘들다고 냉정하게 출판 현실에 대해 말씀해주시는 것이 다 오히려 응원 같이 느껴졌다. 국민연금이나 잘 부으면 굶어 죽진 않을 거라고 말씀하셨고. 크크크! 참, 나중에 혹시 출판사를 접더라도 경력직으로 취직할 수 있도록 지금 작업하는 자료를 잘 정리해두라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귀와 마음을 열고 사시는 이사님은 정말 (보기 드문) 존경할 만한 어른이라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의욕 충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