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편집자로 일할 때 강남 교보에 가서 해당 분야 도서 담당자에게 말을 붙여본 적이 있다. 직접 편집한 책이기도 하고 전문서 위주의 책만 내다가 조금이나마 대중적인 책을 낸 터라 책 소개를 하려고 찾아간 터였다. 하지만 담당자는 파리 쫒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쭈굴미가 폭발하였다. 대략 얼버무리고 책소개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는데 왠지 기분이 참 뭣 같았다.
출판사와 서점은 서로 공생하는 관계인데 내가 무작정 평대에 책을 깔아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담당자는 나를 매몰차게 대할까? 하고 원망도 들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좋은 책을 서로 공유하면서 서점을 꾸려가면 좋을텐데... 물론 서점에서 알아서 들어오는 책을 보고 결정할 수도 있겠지만 책이 워낙 많이 들어오고 그 책을 다 일일이 보면서 평대를 꾸리진 않을 테니까 말이다. 아마도 그럼 책 내용보다는 출판사의 이름이나 저자의 이름이나 이벤트, 행사 위주로 평대가 꾸려지지 않을까. (그나저나 내 책도 아니고 그 책 팔아봤자 나한텐 돌아오는 거 하나 없는 책이었는데...흑흑) 어쨌거나 영업의 쓴맛을 맛 본 날이었다.
얼마 전에 알게 된 출판사 대표님(1인 출판사 10여 년 경력)은 본인도 처음에 힘들고 야속하고 했는데 어느 날 미팅을 기다리다가 본 광경 때문에 그 다음부터는 마음을 좀 고쳐먹으셨다고 했다. 서점에서 나이 지긋한 손님이 서점 직원에게 책 제목도 잘 알아오지 않고서는 너무 막대하는 장면이었다고 한다. 이른바 갑질? 아무튼 그래서 '나도 힘들지만 너네도 힘들구나~'하는 생각으로 영업을 다니신다고...
하긴 그 사람 많은 서점에서 무거운 책을 들고 일을 하랴, 다양한 손님들 상대하랴, 출판사에서 온 사람들 상대하랴... 서점에서 일하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 같다. 출판계를 조금만 엿봤다면 알 수 있지만 책을 다루는 일들은 무엇하나 책의 이미지만큼 우아하거나 지적인 게 별로 없다. (^ㅁ^)
아무튼 이렇게 '무시무시한' (혹은 무시무시하다고 나 혼자 편견을 쌓아놓은) 서점 영업에 드디어 나가게 되었다.(두둥!)
광화문 교보에 가서 에세이 코너에 가서 책을 찾아보니 신간 평대 하단...에 <미란다처럼> 꽂혀있었다. 그런데 담당자가 너무 바빠 보여서 말도 걸지 못하고 첫 번째 시도는 실패...
으아니, 방금 나온 새 책이 왜 때문에 하단에 있는 거요?
그것도 외국 에세이도 아닌 한국 에세이 사이에...(털썩)
영풍문고는 새 책이 들어오면 일, 이주일 정도는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 모두 평대에 깔아준다는데... 하는 섭섭한 마음을 안고 잠이 들었다가 다음 날 다시 광화문 교보로 출동~
서가의 숲을 주춤주춤(두둠칫두둠칫)거리며 서성거리다가(어제보다 더 바빠 보여...젠장!) 결심을 하고 엠디로 보이는 분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그분 담당 분야가 아니어서 다른 분에게 토스~ 그리고 그 분도 담당 분야가 아니어서 다시 토스~ 된 분에게 설명을 드렸더니 엄청 친절하게 응대해주셨다. (화아~) 내부 시스템에서 책을 찾아보시더니 "왜 2부밖에 안 왔지?"하셔서 내가 나중에 구매담당자께서 50부를 추가 주문해주셨다고 대답하니 그럼 주문해서 평대에 올리겠다고 말씀해주셨다. 야호!
좋은 책, 독자가 찾는 책이 워낙 많으니 내 책만 올려달라고 떼 쓸 순 없다는 걸 안다. 그저 새로 나온 책은 일주일만이라도 평대에서 독자가 발견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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