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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덕 출판 일지

1인 출판, 책덕을 따라하지 마시오

책덕 블로그와 구글문서를 통해 출판하는 과정을 공유하고 있는데 비용이나 출판 과정을 참고하는 것은 좋지만 그대로 따라하면 망한다는 말을 꼭 해두어야 할 것 같아 글을 쓴다. 사실 내가 하는 일은 일회성, 도피성이 될 확률이 크다. (가난한 덕후의 돈지랄 최고봉? 직접 출판하기!) 


게다가 책덕도 편집 빼고는 모든 것이 처음인 출판사이기 때문에 그다지 신뢰성이 높지 않은 매체 아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출판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출판 커뮤니티나 관련 책을 꼬옥 참고했으면 한다. (출판에 쓰고도 돈이 팽팽 남는 경우라면 그냥 내시고...)


출판이라는 사업은 등록제이고 모든 과정을 외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혼자 사업을 시작하기가 비교적 쉽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수익을 내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하려면 일정 기간 동안 계속 비용만 발생하는 시기를 버텨야 한다고 한다. (거의 모든 사업이 그렇겠지만 내가 다른 사업은 잘 몰라서 출판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처음에 내가 읽은 출판 창업 관련한 책은 『출판창업』이다. 여러 출판 관계자(주로 출판사 대표)들의 출판 창업에 대한 글을 엮은 책인데, 다양한 사례가 실려 있어서 출판의 여러 모습에 대해 알 수 있다. (출간된 지 꽤 된 책이라서 약간 아쉽지만 여전히 유효한 내용이 많다.)



출판창업(준비가 성공을 좌우하는 출판창업, 원 테마 출판무크 북페뎀 08)

저자
북페뎀편집위원회 편 지음
출판사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_ | 2006-05-08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출판사에 다니고 있거나 출판과 관계된 일을 하고 있다면 또는 책...
가격비교


이 책에서 나왔던 것인지 아니면 책공장 카페에서 봤던 것인지 기억이 잘 안나지만 책 1권의 원가 요소를 정리해놓은 메모가 있어서 옮겨본다.


책 한 권의 원가 요소


- 직접 원가

원고료, 번역료, 편집료, 일러스트, 필름 출력, 교정지 출력, 인쇄용지, 인쇄비, 코팅비, 제책비, 디자인 비용, 기타 외주


- 간접 원가

수도광열비, 임대료, 교통비, 접대비, 광고비, 물류비, 창고료, 통신비, 각종 세금...


가상으로 계산을 했던 글도 있는데 출처를 모르겠다. (혹시 아는 분은 댓글로...)

(* 보통 번역료는 분량과 내용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기본적인 단행본일 때 50만원이 나올 수 없거든요. 근데 제가 본 책에는 직접 번역을 했던 것인지 50만원으로 책정되어 있었어요. 제가 임의로 300만원으로 책정하여 공식을 수정했으니 참고하세요. 참고 : 번역료와 편집료)


선인세 : 250만원

번역료 : 300만원 

데이터CD : 70만원

외주편집 : 150만원

저작중계료 : 25만원

필름, 교정지 출력 : 70만원

종이, 인쇄, 제책(3000권) : 450만원

=============================

1315만원


월임대료, 유지비 : 60만원

교통비 : 40만원

영업 : 50만원

창고, 물류 : 50만원

=============================

200만원(월 유지비)


그럼 책을 만든 첫 달에는 지출만 1515만원이다. (먼저 나간 선인세, 번역료 등 합쳐서)

만약 책의 정가가 만원이라면 3000부를 찍었으니 3000만원 가치의 물품이 생겼다. (용어가 세련되지 못해서 죄송.)


평균 공급률을 65%라고 했을 때(유통업체에 만원짜리 책을 6500원에 공급한다는 뜻) 1000부를 바로 팔아도 650만원이다. 하지만 첫 달에 1000부를 출고하기도 어렵고(1년에 1000부 팔기도 힘든 판에..) 출고를 했다 해도 바로 돈을 받지도 못한다. (인터넷 서점의 경우엔 정산이 빨리 되지만 도매상과 거래할 때는 제때에 수금을 하기가 어렵다고 함. 유통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똥개 님의 글 참고.)


물론 출간 직후가 가장 책이 많이 나가긴 한다. 첫 달에 500부 나가면 괜찮은 시작일 것 같고... 그후 한 달에 300부만 나가도 괜찮게 나가는 책. (경험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주워들은 지식으로는 그렇다. 신뢰성 44%임!) 그러니까 요즘 책 초판을 찍을 때 안전하게 기본 선택으로 1500부를 찍는다는 소문(?)이 있다. (1년에 3000부 나가면 꽤 팔린 책인 시장 상황)



그래서 만약 책이 잘 나가서 한 달에 500부씩 나가서 6개월 후에 3000부를 다 팔았다고 치면,,


6개월간의 비용은 2515만원

3000부 판매금액은 1950만원

========================

-565만원! (적자야, 적자!)


여기서 2쇄를 찍어서 3000부를 더 제작한다고 치자. 그러면 제작비로 대략 450만원이 나가고 인세도 일정 금액 지출될 것이다.


다시 6개월간의 비용은 1650만원

2쇄 3000부를 6개월 동안 다 판다면 19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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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원 (남는 금액 300만원!)


대체로 책은 위탁 판매하기 때문에 반품이 들어올 것이고(반품률 관리도 중요한 출판 경영이라고 한다. 기껏 내보냈는데 도로 들어오면... 덜덜덜), 공급률이 하락하거나 미수금이 증가하는 위험요소를 고려하면 도저히 책 한 권으로 돈을 벌거나 출판사를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출판사 창업을 한 사람들이 "출판사 차리려면 기획을 10개 정도는 해놓고 시작하라"고 하는 것이다. 한 권 내고 바로 또 내고 해서 어느 정도 종수가 쌓여야 수익을 내고 유지를 할 수 있다는 뜻. 한겨레에 연재되었던 <출판창업 함부로 하지 마라>라는 기획 칼럼이 있는데 마음산책 대표의 글에서도 이 부분이 언급되어 있다.


12권의 평균제작비가 약 1천만원씩 총 1억2천만원. 해외 출판물 저작권 사용료와 국내 저자 계약금 5천만원, 거기에 창업 멤버인 직원 두 사람의 인건비를 포함하면 1년 동안 필요한 경비는 2억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출판사는 책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팔기도 하지 않나. 첫 번째 책을 팔아서 두 번째 책을 만들고, 두 번째 책을 팔아서 세 번째 책을 만들고…. 이렇게 ‘판매액→제작 금액’의 재생산 구조를 만들려면 ‘피 말리는’ 노력이 필요했다.


출처 :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6990.html


그리고 북스피어 블로그에도 "창업자금 3억, 첫 책을 출간하기 전에 완성 원고를 세 권 정도 준비하고 첫 책 출간 이후 1년 안에 열 종(혹은 3년 안에 서른 종) 이상 낼 자신이 있다면 창업해도 된다"는 매우 흔한 충고가 떠돌고 있음이 적혀있다.


(2억, 3억은 무슨... 먹고 죽을래도 없음...) 하지만 내가 자신감이 있었거나 조금 더 배포가 컸더라면 빚을 내서 올인을 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빚지는 거 너무 싫어하고 어디에 얽매이는 걸 싫어해서 아마 안 될거야... 



추가로 내가 적어뒀던 1인 출판 창업에 도움되는 조언을 살펴보면...


- 인세를 포함한 제조원가는 책값의 20% 선에...

- 반품 최소화. 예측은 현장 영업을 뛰어야 한다.

- 고정비 최소화.

- 거래처의 잔고 관리.

- 나의 장부와 거래처 장부 맞추기

- 외주 처리 비용 최소화


나는 걱정 많고 생각도 많은 성격이라 알아보기는 엄청 알아봤다. 특히 걱정되는 부분이 판매, 세무, 회계 부분이었는데 신경 쓰이는 부분을 최소화하기로 마음 먹고 시작한 것이다. 어쩔 수 없는 리스크는 감수하고, 비용은 최대한 몸으로 때우고 판매 통로도 귀찮은 데는 아예 안하기로 했다. 기형적인 출판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다른 사례 : 알라딘과만 거래했던 불새 출판사도 있습니다.)


망할 게 뻔한데 목표가 달랐으므로 시작할 수 있었다. 출판사를 운영하고 돈을 번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을 번역하고 출판해보자는 목표. 그러니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망할 것이 뻔하지만 책을 출판한다는 내 목표는 달성할 수 있겠지. 사실 '출판 실험'이니 '출판 프로젝트'니 다 나중에 갖다 붙인 자기 합리화이고 그저 벗어나고 싶어서, 하고 싶어서 예전 일상에서 도망친 것이다. 누군가는 회사를 관두고 젊음의 한 토막(시간+돈)으로 여행을 가고 유학을 갈 수 있는데 나는 출판을 했다. 도피성 출판이라고 이름 붙일 수도 있겠다. 비싼 수업료 내고 실전 번역, 출판을 겪는 거지 뭐. 


전체 출판 시장에서 보면 지속가능하지 않은 책을 내는 짓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한 권만 내는 출판사 책은 유통회사에서 받아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게 왜 유통사에 문제가 되는 것일까? 거래처 관리 비용 때문에?)


이 외에도 출판창업에 대한 조언과 충고는 굉장히 많다. 어쩌고 저쩌고... 근데 뭐 어쩌라고? 난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시험해보고 싶었을 뿐이다. 책을 계약했을 당시 나는 확신이 있지 않았고 불안했다. 와순 씨에게 "할까 말까" 물었다. 와순 씨는 "네가 진짜로 하고 싶다면!"이라고 대답했다. 그때 내가 썼던 일기에는... "젠장, 진짜로 하고 싶은 건 뭘까?"


나는 그냥 단순하게 살고 싶었다. 생각만 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싸고 싶을 때 싸고 그렇게 살아있고 싶었다. 글 쓰고 싶다면, 번역하고 싶다면, 책을 만들고 싶다면 하고 싶을 때 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지킬 것이 많아져서 더 늦기 전에 시도하고 싶었고 시도할 여력이 있었다. 나는 그나마 주어진 환경에 감사해야 하는 사람이다. 학자금을 1년 전에 다 갚았고, 엄마가 건강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도 여럿 있으니까. 시도라도 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게 어떤 사람에게는 무척 절실할 수 있을테니까.


어쨌든 정리하자면, 책덕이 1인 출판을 하기 위한 롤모델(?)로는 전혀 좋은 사례가 아니라는 말이다. (아직까지는!) 물론 1인 출판을 하면 위에서 나온 비용을 조금 줄일 수 있긴 하다. 직접 몸으로 때울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 (대신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는...) 그 부분에 대해서 다음 포스팅에서 얘기해보려고 한다. 


만약 '제대로 된' 1인 출판에 대해 알고 싶다면 알라딘에서 <작은 출판사, 1인 출판사, 새내기 출판사>라는 좋은 기획 이벤트를 하는데 여기에 올라온 출판사들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만약에 상업 출판이 아니어도 된다면 (외서가 아니라 국내 집필서라면 상업 출판을 안해도 되니까) 독립 출판이나 POD(주문 제작 출판)을 생각하는 것도 좋겠다.


그러면 책덕의 의미는 무엇일까? 책 한 권 내고도 살아있을 수는 있다? 좋아하는데 누가 말려? 할 순 있더래? 

'할 순 있더래' 괜찮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할 순 있더래' 사례로 남도록 노력해야지. 이왕이면 하는 일로 먹고 살 만큼 벌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2015/03/08 - [책덕방 출판 일지] - 숨만 쉬며 책 만들기



'1인 출판 할 때 기본적으로 알아둘 것'이라는 목록이 있는데 참고로 올려놓는다.


1. 기획서, 목차

2. 1권당 순수 제작 단가(종이, 인쇄, 제책)

3. 필자, 일러스트레이터

4. 서점 방문은 일주일에 1-2번


1. 종이 값, 할인률

2. 종이 종류

3. 종이 소요량

4. 사이즈별 필름 출력 가격

5. 인쇄비 계산

6. 제책 형태별 가격

7. 인쇄소, 제책소


1. 도매상과 총판의 차이

2. 공급률

3. 원장 관리

4. 권당 단가 구성요소

5. 마진 계산


1. 계산서와 세금 계산서 차이

2. 면세와 일반 과세

3. 부가세

4. 부가세, 소득세 신고

5. 원천세

6. 수불 관리 정산 장부


그러나 여기에서 나도 모르고 시작한 게 태반이고 여전히 모르는 것도 많다. 책공장 카페에 가면 대부분의 지식은 물어가며 배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역시 출판사의 브랜드와 독자적인 콘텐츠인 것 같다. (그 브랜드를 공유할 독자층을 가시화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


아무튼 직접 하려면 직접 배우고 자기만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게 최고!



* 본문에 넣지 않은 참고 링크


출판 창업 관련 몇 가지 알아야 할 사항

출판사 창업과 인수에는 경우의 수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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