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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덕 출판 일지

'웃기는 여자'의 책을 내고 싶다 1

지난 토요일 무한도전에 무(모)한도전 초창기 출연자들이 나왔는데, 유일한 여자 출연자인 조혜련에게 붙은 자막, "품위 브레이커"가 왠지 미란다에게도 어울리는 수식어라서 뇌리에 콕 박혔다. 

 

나는 웃기는 사람들이 좋다. 내가 남을 웃기고 싶다는 욕망이 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때는 교실에서 까불고 사람들을 웃기는 게 일상이었다.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누군가를 웃기는 일은 정말 즐거으니까. 

하지만 교육 받은 예의범절과 보수적인 원칙에 길들여지면서 점점 낯선 사람들 앞에서 '까부는' 짓을 하지 않게 되었다.

마음속의 개그 본능을 억누르며 살아온 지 어언 20년, 사람들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혹은 숨기고) 마음껏 사람들을 웃기는 코미디언을 보면 대리만족을 할 수 있다.


내가 여성을 좋아하는 것은 내가 모르는 어떤 배경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취향'인 것 같다. 음악도 발라드나 R&B보다는 밴드 음악이나 포크송을 좋아하는데 내가 즐겨듣는 노래의 대락 80프로가 여성 보컬이 부른 노래다.


추가로, 학문적인 관심도 있다. 머리가 똑똑하거나 엉덩이가 무겁지 못해서 학자의 길을 가진 못했지만 나에게도 살아가면서 나름대로 공부해보고 싶은 주제가 몇 가지 있다. 내가 하는 생각은 결국 나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여성'이라는 키워드로 출발하게 된 것 같다. 사회적인 갈등을 들여다보면 도무지 명확하게 가해자가 피해자가 나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여성 vs 남성으로 대립각을 세우면 그에 포함되지 않는 성은 또 다른 소수자가 된다'

'과연 여성 또는 남성이라는 이분법 분류로 이 사회를 이루는 기득권과 비기득권을 나눌 수 있나?'

'여성 안에도, 남성 안에도 사회적 스펙트럼이 너무나 다양하다. 서울에 사는 여성과 지방에 사는 여성은 또 다른 기득권과 비기득권으로 나뉠 수 있다.'

'과연 정말 여성성과 남성성은 존재하는가? 아니면 교육되는가?'

'여성의 억압이 오로지 남성만의 책임일까?'


뭐 이런 학문적 호기심이 내 안에 존재한다.


그래서 나에게는 여성이 남성 위주였던 판에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흥미롭다. 요즘에 <언프리티 랩스타>도 무척 재밌게 보고 있다. 물론 매우 전략적으로 포장된 방송 상품이지만 몇 년 전이었으면 누가 볼까 하고 갸우뚱했을 기획이 꽤 많은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부터 흥미롭다.


요즘은 대부분 분야에서 여성의 비중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방송 분야는 얼핏 다른 분야보다 굉장히 앞서가는 느낌이 들지만 알고 보면 어느 분야보다 보수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성 단독 앵커나 MC도 남성에 비해 찾기 힘들고 여성 원탑을 내세운 프로그램이나 영화도 아직 많지 않다. 있어도 다른 요소 없이 외모적 여성성을 내세운 경우가 많다. (외모적 여성성을 내세우는 게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것말고 다른 게 없다는 게 문제라는.)


미국이나 영국에도 '여성은 못 웃긴다'라는 말이 최근까지 나돌 정도로 '웃기는 여성'의 활동 영역이 좁았다고 한다. (이런 병맛 설문조사도 있다.) 그런 환경에서 웃기고 싶은 여자들의 행보가 나는 궁금하고 흥미롭다. 


어렵게 미란다 하트의 책을 만들게 되었지만 여성 코미디언들의 책을 시리즈로 낼 수 있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번역서는 계약, 로열티 등 문제 때문에 힘들어서 엄두가 안 나긴 하지만.)




Yes Please

저자
Dey Street Books 지음
출판사
. | 2014-10-28 출간
카테고리
문학/만화
책소개
In Amy Poehler's highly anticip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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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팍스&레크리에이션>! 내가 정말 좋아하는 드라마 상위권으로 박차고 올라왔다. 에이미 폴러가 연기하는 레즐리 노프는 의욕충만 여성 공무원인데 이러너 여성 캐릭터는 아마 전무후무하지 않을까?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창조해낸 것 같다. 그리고 페미니스트로 나오는데 공무원 사회에서 각 인물들과 상호작용하며 갈등을 풀어내는 과정이 정말 웃기는데, 문제해결과정에서 튀어나오는 의외의 지혜로움에 감탄이 나온다. 


최근에 책을 내서 눈에 쏙 들어왔다. 제목도 표지도 에이미 폴러답다. 




Bossypants

저자
Reagan Arthur Books 지음
출판사
Reagan Arthur Books | 2013-01-29 출간
카테고리
문학/만화
책소개
Once in a generation a woman co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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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굉장히 흥행했을 뿐 아니라 여기저기 인용되며 하이틴 무비의 클래식으로 회자되는 <퀸카로 살아남는 법>의 시나리오른 쓴 티나 페이. SNL의 수석작가이기도 했다. 여성 문제에 대해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는 코미디언인 듯하다. 노라 애프런의 에세이집도 출판되고 하길래 티나 페이 책도 국내에 번역되지 않았을까 하고 책을 찾아봤는데 없네. 흠... 이 책은 상사, 리더로 활동하는 여성에게 조언을 해주는 컨셉인 듯하다. 아직 읽지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겠다.


에이미 폴러와 티나 페이는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과 SNL, 골든 글로브 시상식 진행 등 함께 출연한 세월이 길다. 참 보기 좋고 멋진 콤비같다. 




Is Everyone Hanging Out Without Me? (and Other Concerns)

저자
Mindy Kaling 지음
출판사
Three Rivers Press (CA) | 2012-09-18 출간
카테고리
문학/만화
책소개
Mindy Kaling has lived many liv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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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디 프로젝트>의 민디도 책을 냈다. <오피스>의 극본에도 참여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다른 연기자보다 코미디언은 직접 대본을 쓰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민디 프로젝트>도 무척 재미있게 봐서 그녀의 책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Not That Kind of Girl

저자
Dunham, Lena 지음
출판사
Random House | 2014-10-22 출간
카테고리
문학/만화
책소개
For readers of Nora Ephron, Tina 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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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걸스>의 여주인공이자 감독, 각본까지 맡았다는 레나 던햄의 책. (미란다 같은 능력자가 여기 또!) 미드 <걸스>를 보진 못했지만 검색해보니 재미있어 보인다. 자신이 겪은 경험을 토대로 쓴 자서전격 책인 것 같다.




The Bedwetter: Stories of Courage, Redemption, and Pee

저자
Sarah Silverman, Silverman, Sarah 지음
출판사
It Books | 2011-03-22 출간
카테고리
문학/만화
책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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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본 충격적인 동영상 하나. 와 이 사람 누구지? 하는 생각을 대번 하게 만든 사라 실버맨.

보면서 온갖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어딘지 통쾌하고 시원하면서도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도 들고.

안 될 게 뭐 있지? 하면서도 살아오면서 체화된 보수적인 인식 때문에 마음 놓고 웃을 수도 없었다.


위의 책들은 외서라서 읽어보고 내용의 적합성, 국내 번역했을 때의 의미 등을 따져봐야 겠지만 상상은 공짜니까. 

'코믹 릴리프'라는 시리즈로 책을 구성하고픈 즐거운 상상을 하며 포스팅을 해봤다. 


국내에서 출판된 여성 코미디언의 책으로는 내가 검색을 잘 못해서 찾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김미화 씨, 박경림 씨나 사유리 씨의 책 정도를 본 것 같다. (사유리 씨는 방송인지만... 웃기는 여자 맞죠?)



눈물을 닦고

저자
후지타 사유리 지음
출판사
넥서스BOOKS | 2015-01-3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이 책은 교과서도, 성경책도 아니다. 경험을 통해 마음과 피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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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성 코미디언들도 열심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듯하다. 역설적인 개그에 능한 박지선 씨도 재밌고, 이뻐도 웃길 수 있다는 걸 확실히 보여준 김지민 씨도 재밌고, 모든 걸 내려놓는다는 게 이거구나 하는 걸 보여주는 안영미 씨도 재밌고...


특히 미란다와 공통점이 많아 보이는 <막돼먹은 영애씨>의 김현숙 씨도 재밌고.


여성이 웃긴다는 지점에 왠지 꽉 막힌 사회 갈등 요소를 돌파할 작은 실마리가 보인다는 나의 생각은 너무 나간 걸까? 여튼 나는 그 지점을 계속 파헤쳐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