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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릴리프 시리즈/미란다처럼

영화 <스파이>의 미란다 하트



스파이 (2015)

Spy 
8.8
감독
폴 페이그
출연
주드 로, 제이슨 스타뎀, 멜리사 맥카티, 로즈 번, 엘리슨 제니
정보
액션, 코미디 | 미국 | 122 분 | 2015-05-21

한 1년 전부터 떡밥만 주워먹고 있던 영화 <스파이>가 드디어 국내에서 개봉했다. 생각보다 선전하고 있는 듯? 자막 논란이 터지긴 했지만 영화 자체는 나쁘지 않은 평을 듣고 있는 듯하다.


https://uk.yahoo.com/movies/new-spy-trailer-and-poster-revealed-115119295411.html


미란다의 첫 할리우드 영화 출연작.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작품을 볼 때는 마음을 놓고 보기가 힘들다. 특히나 미란다의 책을 번역한 번역자 입장에서는 괜히 더 걱정이 되었다. (자우림이 '나는 가수다' 나왔을 때 실시간으로 보지 못했던 1인) 뭔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을까봐 조마조마...해서 웃긴 장면에서도 마냥 웃지 못했던 것 같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소재나 전개가 기존의 스파이 영화를 재치있게 비틀어서 뻔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웃음을 이끌어냈던 것 같다. 

미란다를 보고 놀랐다. 1. 생각보다 비중이 있어서(엄청 단역인 줄 알았는데 오프닝 타이틀에도 두 번째인가로 나오고) 2. 연기가... 좀 어색해서... <콜 더 미드와이프> 정극 연기가 오히려 더 나았... ㅠㅠ 언니... 헐리우드 가니까 힘들죠? 3. 살이 진짜 많이 빠져서...(마라카택이 그렇게 효과가 좋단 말입니까!) 키는 여전하니까 괜찮아...

내가 미란다를 더 눈여겨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미란다의 낸시 연기는 아쉬웠다. 캐릭터도 뭔가 확실하게 잡힌 것 같지 않아서... <스파이> 다음 편이 나온다면 조금 더 세심하게 설정된 캐릭터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튼<미란다>에서 미란다는 역할이 자기 자신이니까 너무 자연스러웠고, 그 캐릭터의 맛을 유지하면서 다른 영화에 맞추다 보니 아마 조금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재밌는 건 <미란다>의 미란다 캐릭터도 살아있어서 어쨌든 미란다라는 배우는 어떤 역할을 맡든 그 연기에 미란다가 밑바탕되어 있다는 점이다. (<콜 더 미드와이프>의 처미도 마찬가지. 정극에서 슬랩스틱 작렬!)

둘이 너무 씬 나게 웃어서 귀엽다


그래도 뭐, 무난하게 헐리우드 신고식을 치르지 않았나 싶다. 



멜리사 맥카시는 참 사랑스러우면서도 웃음 터지는 스파이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새 ID 받을 때마다 웃겨서 죽는 줄 알았네. 특히 고양이 10마리 키우는 캐릭터의 옷차림... 고양이 발자국 에코백에 고양이 얼굴 프린트 티셔츠... 막 캐릭터를 따라 그리고 싶을 정도였다. (진짜 그려볼까봐.)


멋진 스파이 수잔!

예전에 드라마 <길모어 걸스>에서 수키로만 기억하고 있던 멜리사 맥카시였는데. (또 다른 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데 어디였는지 기억이 안 나.) 특히 완전 빡쳐가지고 찰지게 욕할 때 너무 웃겼다. 뭐 한 명은 입으로 한 명은 똥구멍으로 밀어넣어서 중간에 만나서 위장을 터뜨리고 어쩌고 그 욕.... 크크킄크

그런데 앞부분에서 파인과의 레스토랑 씬에서는 미란다가 원래 연기하던 모쏠(?) 여성 캐릭터가 좀 겹쳐보였다. 미란다의 아이디어가 들어갔을 수도? 이건 좀더 파헤쳐봐야 알 수 있을듯. (저번 주엔가 그레이엄 노튼 쇼에 출연했다는데 한번 찾아봐야지.)

둘이 너무 귀여워...


주드 로는 조연인 만큼 자신의 역할만 산뜻하게 하고 떠났다. (그나저나 동갑인 미란다 하트랑 주드 로는 예전에 만담을 한 적이...)

캐런 워커 역을 맡은 모레나 바카린은 미드 <홈랜드>에서 봤던 그 배우 맞나 했는데 역시 맞았다. 굉장히 개성 있으면서도 매력적인 외모라서 기억에 남았다.

자막은 좀 아쉽긴 했다. 아마 워낙 말장난이 많은 코미디 장르다 보니 영화 배급하는 곳에서 그런 쪽으로 감각이 있는 사람들을 찾다가 맡긴 게 아닐까 싶다. (SNL이라는 간판으로 홍보 효과를 노렸을지도?) 그래도 코미디 영화의 자막을 살리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한 건 욕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여러 사람이 해서 (사공이 없어서) 그랬는지 분명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수준 이하라고 비난할 정도는 아니고 (다른 영화도 막상 진지모드로 자막 보면 이 정도 아쉬운 점은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맥락을 보면 이해가 될 만한 비속어도 있었다. 자막이라는 게 불특정 다수를 위해, 영어를 못하는 한국인을 위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모두의 입맛을 맞추기는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배급사와 여러 이해 관계자들의 상황도 무시할 수 없고. 

그래도 자막을 좀 더 이 영화에 애정이 있는 번역자에게 맡겼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 영화가 1.5배 정도 더 재밌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물론 나도 못 알아들은 게 절반 이상이지만;


42세 동갑의 노는 모습

주요 출연진이 40대다. 미란다 하트와 주드 로는 42세로 동갑, 멜리사 맥카시 44세, 제이슨 스테이섬 47세... 아, 로즈 번은 35세라고 한다. 40대 열혈 배우들, <스파이> 두 번째 시리즈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진 출처 : 텀블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