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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기록/일꾼 생활

[편집] 『지금은 당연한 것들의 흑역사』 표지문안 쓰기

『지금은 당연한 것들의 흑역사』의 표지가 나왔다. 두둥!


(2016년 4월 30일 출간 예정)


핫핑크로 시선을 확 끌고 가운데 정렬된 텍스트로 안정감 있고 정돈된 느낌을 준다. 좀 더 도발적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하지만 리얼부커스 이미지는 책덕과는 달리 좀 더 무게감이 있으므로 이 정도가 딱 좋은 듯하다. 

앞표지 시안이 나오면 디자이너에게 표2~표4까지에 넣을 표지문안을 전달해야 한다. 표2는 보통 저자 소개, 역자 소개가 들어가고 표3에는 출판사의 다른 책 소개가 들어간다. 하지만 이 책은 리얼부커스의 첫 책이라서 표3을 다른 콘텐츠로 채워야 한다.

표4는 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들은 독자가 더 자세히 알고플 때(이 책의 매력을 더 알고싶을 때 or 이 책에 돈을 쓸까 말까 고민할 때) 뒤집어 보게 되는 면으로, 앞표지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책의 숨겨진 매력을 잘 발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표지에서 얻은 정보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 책이 어떤 가치를 독자에게 줄 수 있는지를 구성해야 한다.

...

말이 쉽지...ㅋㅋ 

나 같은 경우에는 책에 너무 깊숙히 파묻혀서 편집했던 기억을 좀 지우고 살짝 떨어져서 책 전체를 조망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이 책의 매력을 '새삼' 깨닫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마치 맛있는 음식을(혹은 멋진 사람을) 처음 보는 순간, 그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듯이 짧은 순간에 확 들어올 수 있는 직관적인 매력을 찾아내야 한다. (너무 책과 가까우면 이 직관적인 카피보다는 주절주절 설명을 늘어놓게 된다.)

책을 슬슬 다시 훑어보면서 책을 대표할 만한 키워드나 문구를 뽑는다. 아무래도 '들어가는 글'(저자의 말)에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가 응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추천사도 없으므로 최대한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궁금해할 주제에 초점을 맞춰서 카피를 쓰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뒤표지 문안.


"그런 건 쓸모가 없어."

"누가 그런 물건을 돈 주고 사겠어?"

"그 아이디어는 실패할 게 뻔해!"

과학기술, 산업, 대중문화, 음식을 망라한 혁신의 역사


전화기, 라디오, 컴퓨터, 자동차, 비행기, 우주여행... 지금은 당연한 것들이 지금처럼 당연해지기까지 겪어야 했던 수난사를 조명한 책.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타임라인을 종횡무진하며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받았던 온갖 조롱과 편견에 얽힌 이야기를 펼친다.

인간의 삶을 변화시킨 커다란 혁신의 시작점에는 언제나 그 아이디어를 비웃고 비판했던 이들도 함께 존재했다. 그 비판 뒤에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기도 했지만 각종 편견을 비롯해 인종차별, 종교 탄압, 이념 전쟁, 음모론이 뒤섞여 있기도 했다. "절대 안 될 거야"라며 고개를 저었던 그들이 지금 우리의 생활을 본다면 자신들이 한 말을 흑역사라며 지우고 싶어하지 않을까?

하나의 아이디어가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고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필요하기도 했으며 역사의 아이러니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주장이 인정받기까지는 많은 사람이 괴롭힘을 당했다. 제대로 된 낙하산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야 했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디어가 이룬 결실을 끝내 맛보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인물도 많았다.

혁신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사람들과 그 반대편에 섰던 사람들의 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자.

 

흑역사라는 타이틀이 담고 있는 다양한 시각을 어우르려고 노력했다. 한편으로는 '흑역사'라는 인터넷 용어에서 유래한 단어를 쓴 것이 설득력 있어 보여야 한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책을 만들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뭐가 최고이고 뭐가 최선인지 모르겠다. 작업을 끝내고도 뭔가 더 좋게 할 순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내가 내 스스로를 인정할 만큼 좋은 작업을 하고 싶다. "와, 진짜 이건 내가 했지만 정말 이 컨텐츠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결과물이다!!"라는 감탄사가 나오도록. 


작성일시 : 2016년 1월~12월

2017년 2월 스팸 공격으로 삭제된 글 재업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