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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덕 출판 일지

홍보, 광고, 마케팅, 팔려는 행위

좋아하는 책을 만들어보기 위해 시작한 출판은 책을 만들어내는 순간 완료되었지만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출판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만족을 위한 출판에서 끝나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출판은 어떤 식으로 뻗어나가야 할까? 모든 것을 사고 팔고 판매량으로 평가당하는 세상에서 상업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창작일지라도, '판매'에 대해서 고민하지 아니할 수 없다. 

그리고 내가 만든 책을 산 독자들이 너무(!) 소수자는 아니기를 바라게 되기도 한다. 편집자로 일할 때 정말 순수하게 기쁜을 느꼈던 때는, 우연히 발견한 책에 대한 피드백이었기 때문이다. 몇 년 후에 우연히 이 책을 읽은 독자가 수다 자리에서 "그 책 나도 봤는데!"하며 취향이 비슷한 사람과 마주친다면 얼마나 반가울까?

<미란다처럼>이 사랑 받았으면 좋겠지만 무분별하게 많이 팔리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일단 불가능하거니와 가능하다 해도 이상한 그림이기 때문이다. 분명 좋아할 사람들이 한정되어 있는 책이다. 최대한 그런 사람들과 많이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다. 

요즘엔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무언가를 팔려고 하면 판매할 통로가 뻔하다. 오픈마켓, 인터넷쇼핑몰, 대형마트, 대형서점,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영화, 음악)...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특화된 서비스를 가진 유통사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의 가공할 만한 인터넷 속도가 과연 축복이기만 할까? 의문이 든다.) 

보통 책을 유통할 때는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도서인터파크 등의 인터넷 서점과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의 대형서점, 그리고 전국 각지의 서점과 연결되어 있는 도매상과 계약을 한다. 마케팅은 인터넷 서점과 대형서점 위주로 이루어진다. 인터넷 서점의 메인 화면이나 대형서점의 이벤트 평대와 포스터 광고 등은 위치와 크기에 따라 가격표가 있다. 배너 광고 얼마, 평대 한 줄에 얼마.

500만원짜리 광고를 하면 책을 얼마나 팔아야 이익을 낼 수 있을까. 편집비와 제작비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광고비에 쓰려면 책을 더욱 많이, 많이 팔아야 한다. 그러니까 서점을 도배해서 책을 많이 많이 팔아야 출판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광고를 하는 책은 (대부분) 많이 팔린다. 많이 팔리면 서점에서도 많이 가져가고 지역 서점에서도 많이 가져가고 그러면 더 많이 팔리고. 팔리는 게 더 많이 팔린다. 현재 우리나라 콘텐츠 시장의 현실은 아마 그러할 것이다.

전문도서가 아닌 대중서의 경우엔 여러 서점을 다니며 소위 '영업'이란 것을 한다. 서점 평대에 책이 올라가도록, 좀더 노출이 될 수 있도록 서점 담당자를 만나서 협상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서점 담당자들도 책을 잘 팔아야 하기 때문에 잘 팔리는 책을 잘 선택하고 이벤트를 기획한다. 아무래도 팔릴 만한 책을 선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은 서점이나 지역 서점도 당연히 한정된 공간에서 책을 보관하고 팔아야 하기 때문에 잘 팔리는 책을 골라서 구매를 할 것이다. 당장 서점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매출액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잘 팔리는 책이 존재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서점을 가나 똑같은 책들이 도배되어 있고 다양한 책이 자리할 수 있는 자리까지 한 가지 책이 차지한다면 출판사나 독자에게나 좋은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다. 다양한 책이 다양한 독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면 좋겠다. (다양한 영화가 다양한 독자에게, 다양한 노래가 다양한 리스너에게...)

교보문고에 가서 서가에 꽂힌 <미란다처럼>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만육천 원이라는 값을 기꺼이 치르고 <미란다처럼>을 손에 넣고 싶어할 그런 독자를 만나고 싶다. 그래서 광화문, 잠실에 이어... 영등포 교보문고에 가서 담당자를 만나려다가... 그냥 그만두었다. 평대에 깔린다고 해서 팔릴 책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원래 하던 방식, 원래 하던 영업, 팔리는 방법... 다르게 해보고 싶다. 다른 방식, 다른 방법으로, 나니까 할 수 있는 경험들... 책 한 권 팔라고 별짓을 다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이게 현재진행형 내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