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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선, 하지만 길은 두 개가 아니다

영화 두 개의 선을 보고 극장 문을 나서면서 그가 뱉은 말.


"똑똑하면 피곤해"


그러게 하고 맞장구를 치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그럴까? 똑똑해서, 이것저것 따지고 들어서 피곤한 거라면 

그냥 모르고 사는 게 나은 걸까? 내가 깨닫고 저항한다고 세상을 바꿀 수도 없다면 차라리 그냥 물흐르는 대로 

남들과 똑같이 사는 게 맘 편한 삶일까?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고, 때때로, 나는 설득당한다.


회사에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와중에 이 영화 이야기를 꺼냈다. 

이야기를 듣던 그녀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뭐하러 혼인신고를 안 하냐고 되묻는다. 

나는 자꾸만 헛바퀴 돌리듯 신념이라는 말을 반복한다. 현실과 마주한 신념이란 단어는 너무나 왜소해 보인다.



두 개의 선 (2012)

2 L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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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지민
출연
이철, 지민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82 분 | 201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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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제대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내 신념대로 살면 나 잘난 맛에, 그리고 깨달음이 주는

평안함에 '제대로' 살 수 있으리라 순진하게 믿었다. 그러나 깨달음 뒤에는 또 다른 깨달음이 버티고 있다. 그리고 

신념 대로 사는 일이란 말처럼 녹록치 않다.


세상이 날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네, 라며 농담을 쳐봤자 씁쓸한 뒷맛은 여전하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 영화는 무지 재밌다. 지루할 틈 없이 본 다큐멘터리 영화로 손에 꼽는다. 특히나 

내가 느낀 진솔함은 다른 영화에 비할 곳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