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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덕 출판 일지

영미권 외서 계약 과정, 개인 경험담 1

국외 도서를 번역, 출간하고 싶을 때는 일단 해당 책의 판권이 살아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마음에 드는 책을 번역하여 출간해보고 싶은데 홀로 시도해야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적는다. 나처럼. ^ ^ 아무래도 영미권 도서는 대부분 이런 프로세스로 이루어지고, 다른 나라일 경우에는 조금 다를 수 있으니 다른 자료를 참고하기 바란다. (나도 영국 책 하나 계약했다우...=_=) 사실, 사례가 단 한 가지라서 그냥 경험담이라고 하는 편이 맞다. 그래도 계약한 과정을 쭉 따라가보고 나면 혼자 출판하는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일단 시작하기 전에 인내심을 왕창 충전하기로 하자. 꽤나 지리지리한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네 책 마음에 들어, 번역할께. ->그래? 돈 내놔. -> 돈 여깄다. -> 가져가서 번역하렴." <<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 물론 책마다 출판사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엔 찔러보기부터 계약까지 반년이 걸렸다.


국외 출판사 찔러보기


『Is it just me?』의 출판사는 영국의 Hodder 출판사다.


국외 출판사 홈페이지로 가서 외서 계약 담당자를 찾는다. 예를 들어, Hodder 출판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메뉴 중에 'Contacts'라는 부분이 있다. 뭔 항목이 좀 많은데... (홈페이지 개편한 듯. 작년이랑 달라...)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Rights'다. 클릭하면 저작권 관리팀 메일 주소가 쫙 나온다. 나는 가장 쪼렙(이라고 생각되는) 맨 밑에 게시된는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보통 왠만한 영미권 출판사는 같이 일하는 국내 에이전시가 있기 마련이라서 에이전시가 아닌 나로서는 '일반적인 질문은 저에게 보내주세요(Please contact me directly with any general enquiries.)'라고 적힌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는 것이 가장 답변을 빠르고 부담 없이 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참, 일단 여기까지는 출판사 등록이나 사업자 등록을 할 필요가 없다. 국외 출판사에 판권을 문의할 때는 출판사 이름이나 등록번호 따위가 필요하지 않다. (국내 에이전시에 문의할 때는 보통 출판사 이름과 사업자 번호를 요구한다고 한다. 전부 그런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이 정도 영어 실력으로도 판권을 문의할 수 있다는 의미로 내가 보낸 메일을 첨부한다.


[제목] asking about Korean translation copyright of <Is it just me?>


Hello, I'm 이름 , a publisher in South Korea.

I would like to buy korean translation copyright of <Is it just me?> by Mirand hart.

I wonder if you could check the korean translation right is available.

Or you could just let me know the agency you're dealing with.
I can directly reach them out.

I look forward to your reply.

(And I'm sorry my poor english sentences.)

Thank you for reading this.

Sincerely,


Mirand... 오타 작렬에 마지막에 Sincerely 뒤에 왜 따옴표만 붙였을까? 하아-

이렇게 써도 답장은 오더이다...


국내 에이전시와 연락하기

판권이 이미 팔렸다면 실패. 만약 판권이 살아있다면 십중팔구 국내 에이전시 담당자를 소개해 줄 것이다. 나도 역시 비슷한 메일을 받았다. 사실 그때는 회사에 다니고 있을 때였고 할까말까 간만 보자고 생각한 거여서 많이 당황했다. 일단 판권이 살아있다는 데서 당황(헛), 국내 에이전시에게 내가 보낸 메일을 전달했다고 해서 당황(헛헛!). 아니, 허락도 없이 왜 에이전시에 보낸 거죠...? (하지만 결국 이 담당자로 인해 결정적으로 출판까지 하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안 그랬으면 용기가 안 나서 국내 에이전시에는 연락을 안 했을 가능성이 커...)


이제 국내 에이전시와 연락이 되면 출판사를 등록하고 사업자를 등록해야 한다. 출판사명과 사업자 등록증 사본, 팩스 번호 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출판사 등록하기' 방법은 인터넷을 검색하면 차고 넘칠 만큼 많으니 이 글을 읽는 당신이라면 분명 잘 해결하리라 예상한다. 


그리하여 이제 지리지리한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었던 것이었던... 뭐 책이 다른 출판사랑 경쟁상태라든가 특수한 계약 조건이 있을 수도 있고 해서 변수가 많지만 간단하게 내가 경험한 프로세스를 적어보겠다.


1) 에이전시에서 샘플 원고를 보내준다. (요즘엔 pdf로 보내주는 경우가 많은 듯. 종이책은 계약된 후 보내줬다. 계약 전에 보내주는 검토용 도서는 계약을 안 할 경우 다시 돌려줘야 한다.) 검토할 필요 없이 계약하고 싶은 책이라면 그냥 바로 2)번으로...


2) 검토 마감 날짜까지 책을 검토한 후 계약 의사를 에이전시에 전달한다. (요즘엔 전자책 계약 여부도 이때 결정하기도 함.)


3) 출간하겠다고 마음을 정했다면(선인세와 로열티율이 마음에 든다면) '저작권 중개 신청서'를 작성하고 '공탁금(도서진행보증금)'이란 것을 낸다. 계약금 같은 돈으로 최종 서면 계약 전에 내가 찜했다고 거는 돈이라고 할 수 있다. (에이전시마다 이 제도가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는 듯, 한 에이전시의 경우 선인세의 60% 요구) 만약 공탁금을 낸 후에 계약을 안 하겠다고 번복하는 경우 이 돈과는 바이, 짜이찌엔! 해야 한다는 뜻... (하아... 계약금 치고 너무 돈이 커서 심장이 떨렸다능!) - 7월 중순


4) 에이전시에서는 공탁금이 입금되면 국외 출판사에 계약을 요청한다. 계약 조건(주로 선인세와 로열티율)이 확정되면 청구서가 온다. 청구서와 함께 계약서도 4부 도착. 모두 서명하여 다시 에이전시로 보낸다. -11월 중순


5) 청구서에 나온 금액(환율 확정 전)을 입금하고 서명한 계약서를 발송하면 그 다음에는 정산서(환율 확정)가 온다. 차액이 있을 경우 환불 또는 추가입금을 해야 한다. 이때 정산서와 함께 입금표와 외국환 거래 영수증이 동봉되어 있다. -12월 초


6) 완료된 계약서 도착. 저작권 사용 계약서도 함께 도착. 여기에 출판할 때 지켜야 할 규칙이 적혀 있으므로 잘 확인해야 한다. - 1월 중순


국내 에이전시로부터 메일 받은 게 6월 말, 2)번 까지 진행한 것이 7월 중순... 공탁금을 입금하고 기다리던 중, 약간 긴장되는 소식이 날아든다. 바로 출판사 소개서를 보내달라는 것. 계약을 자주 해본 출판사라면 그냥 넘어갈 수순이지만 아무래도 잘 모르는 출판사에게는 요구하는 듯했다. 아, 그런데 어쩌나요? 출간한 책도 없고 계약한 외서도 그쪽 책이 처음인데요? 하하하하하-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출판사의 컨셉과 출간하고자 하는 책에 대해 쓰기로 하고 어찌어찌 출판사 소개글을 보냈다.


이것도 비웃으며 참고하라고 여기에 올린다. 이건 차마 포스팅할 수 없어. 첨부파일로 확인하시오.


(이러고도 계약을 하더이다... 아... 아무도 이 책 계약 안 할 것 같아서 나에게 줘버린 기분도 들어...)


그러고도 한 달의 시간이 흘러... 드디어 계약이 성사되었다는 소식이 온 것이 8월 중순. 근데 중간에 전자책 계약 사항 조금 변경되고 시간은 계속 흘렀다. 최종 계약서가 도착한 것은 무려 해를 넘겨 1월 9일!! 6월에 찝쩍거린 책이 1월에야 계약이 완료되다니. 언제 출판사를 등록했었나... 하고 기억이 가물가물할 무렵 계약서가 도착한 것이다. 


국외 출판사로부터 계약서를 받기까지 과정을 써보았다. 노란 박스에 썼는데, 5)번 과정에서 꼭 알아둬야 할 부분이 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바로 원천징수세에 대해 쓰려고 한다. 잘 모르는 부분이라 세금 낼 기한을 놓쳐서 고생을 좀 했다. 확실히 알아둘 겸 정리해 보려 한다.



2014/08/15 - [혼자 해보는 출판] - 영미권 외서 계약 과정, 개인 경험담 2